변화와 전환 소식

기후 위기: 우리가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지난 9월 20일부터 10월 8일까지 3주간 제24회 세계 파시브하우스 대회(the 24th International Passive House Conference)가 온라인상에서 열렸습니다. 온라인에서 열린 것은 최초였습니다. 파시브기술연구소는 이 대회에 참석해서 절반 이상의 세션에 참여하였습니다. 대회가 마무리된 지는 다소간 시간이 지났습니다만 미처 소화하지 못한 내용을 반추하기도 할 겸해서 이번 파시브하우스 대회에서 발표된 내용 중 중요한 것들을 추려 하나하나 정리, 소개를 할까 합니다.


대회가 개막된 9월 20일에는 개막 본회의(opening plenary)가 있었습니다. 외부 인사들의 강연 중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the Postdam Institute for Climate Impact Research; PIK)의 기후과학자 슈테판 람슈토프(Stefan Rahmstorf) 교수의 짤막한 강의 내용을 소개하려 합니다. 람슈토프 교수는 “기후 위기: 우리가 아는 것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Climate Crisis: What we know and what we can do about it)”이라는 제목으로 15분짜리 슬라이드쇼 강의를 하였습니다. 람슈토프 교수가 직접 만든 중요한 자료들도 볼 수 있고, 짧은 시간 내에 중요한 이야기를 두루 접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 람슈토프 교수의 강의 내용을 정리해서 옮겨 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주요 키워드를 소제목 형식으로 달았고, 강의에 나왔던 그림들은 인터넷 상에 공개된 것들로 똑같이 구성하였습니다.


온라인에서 열린 제24회 세계 파시브하우스 대회에서 강의하고 있는 슈테판 람슈토프(Stefan Rahmstorf) 교수

안녕하세요, 저는 슈테판 람슈토프라고 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기후위기에 관해 누구나 알아야 할 중요한 데이터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우리가 아는 것

기후 과학

지구의 에너지 수지 Earth’s energy budget

지구의 에너지 수지 Earth’s energy budget [Credit: NASA]
(출처: NASA 홈페이지 2017년 4월 11일 기사 “What is Earth’s Energy Budget? Five Questions with a Guy Who Knows”)

우리 행성의 기후는 행성 차원의 에너지 출입 균형(energy balance)에 의해 지배됩니다. 지구의 기후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입니다. 이 에너지의 일부는 밝은 표면에 반사되어 나가고, 일부는 대기와 지구 표면에 흡수됩니다. 만약 들어오는 에너지만 있다면 해가 비칠  때 극단적으로 지구가 과열되겠지만 지구와 같은 물체는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과열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흡수되었던 에너지는 다시 장파 형태로 우주로 복사되어 나가는데 나가는 길목에서 상당 부분 대기로 다시 흡수됩니다. 장파 복사에너지 대역을 흡수하는 기체 덕분입니다. 대기에 흡수되었던 에너지는 다시 지표로 복사됩니다.

여기에서 지구의 에너지 수지 그림을 자세히 보아야 합니다. 직접 태양으로부터 온 에너지를 지표가 흡수하는 양이 163W/m²인 반면에 지표면에서 우주로 복사되는 장파 복사 398.2W/m² 중 340.3 W/m²가 온실 효과로서 대기에서 지표로 다시 복사된다는 점을 잘 보아야 합니다. 온실 효과는 지구의 에너지 수지 균형의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훔볼트 Alexander von Humboldt

슈테판 람슈토프의 2020년 5월 4일 기후위기에 관한 웨비나 강의 화면자료 중
(출처: The Center for German and European Studies의 페이스북 포스팅)

우리 인류가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탐험가로 유명한 알렉산더 훔볼트는 1843년 그의 책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인간은 ‘숲을 파괴하고 … 산업 중심지에서 많은 양의 증기와 가스를 내뿜음으로써’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다”.

기후변화의 현황

지구 기온 Global temperature

1880년부터 2018년까지의 지구 평균 기온(NASA 데이터)을 온난화 띠와 선그래프로 정리한 그림
(출처: 슈테판 람슈토프 트위터 2019년 2월 23일 글
)

온난화 띠(warming stripes)라고 불리우는 표현 방식으로 1880년부터 2019년까지의 지구 평균 온도를 나타내거나 전통적인 선 연결 방식으로 나타내보면 1880년 이후로 1.2도 가량 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들 Causes of global warming

1750년부터 2011년까지 지구 복사에너지 수지 균형에 영향을 미친 복사 강제력(Radiative forcing) 분석 그래프. 2017년 미국 기후 평가 보고서(US National Climate Assessment)에 실렸다.
(출처 : Inside Climate News의 2017년 11월 7일 기사 “Climate Change Is Happening in the U.S. Now, Federal Report Says — in Charts”)

지구의 복사 에너지 수지 균형과 이것의 변화만 분석해보아도 온난화의 원인은 분명합니다. 지구 복사 에너지 수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의 크기를 측정한 것을 ‘복사 강제력(Radiative forcing)’ 이라 합니다. 복사 강제력이 0보다 크면 기후가 온난해지고, 0보다 작으면 냉각됩니다. 2017년 미국의 기후 평가 보고서(US National Climate Assessment)에 실린 그래프는  1750년 이후로 지구 온난화를 낳은 요인 중 자연적인 것은 극히 미미하거나 도리어 냉각 요인이고, 대부분은 인간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의 기후변화 Climate Change since the last Ice Age

마지막 빙하기 이후의 지구 평균 기온
(출처: 슈테판 람슈토프 트위터 2020년 1월 24일 글 )

우리는 또한 지난 수십년간 고기후학의 결실로 마지막 빙하기로부터 지금까지의 지구 평균 기온 변화의 역사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고기후학 연구에 따르면 마지막 빙하기로부터 최근까지 4℃가 상승하였습니다. 기원전 5천년경부터는 기온이 서서히 낮아지고 있었습니다. 이 자연적 변화는 유명한 밀란코비치 주기라는 지구의 궤도 변화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붉은 색 곡선에서 보듯 최근 100여년 간 그동안 자연적 변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급격한 기온의 상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역별 기후변화

1881-2019 독일의 년도별 평균 기온
(출처 : 슈테판 람슈토프의 블로그 KlimaLounge의 2020년 10월 22일 기사 “독일은 이미 2℃ 기온이 올랐다. Deutschland ist schon 2℃ Wärmer geworden”)

지역별로는 어떨까요? 독일의 기온 변화는 위의 그림과 같습니다. 1880년 이래로 평균 기온이 2℃ 상승했습니다. 지구 평균보다 높습니다. 지구 평균에는 지구 표면의 2/3를 차지하는 대양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대양은 열관성(thermal enertia)과 증발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면 더 서서히 온도가 상승합니다. 반면 대륙은 지구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기온이 상승합니다. 독일의 기온 변화는 전형적인 대륙의 기온 상승을 보여줍니다.

기후변화의 결과: 잦은 기상 이변 more weather extremes

이렇게 가파른 지구 기온의 상승은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이상 고온 Heat waves

2003년 유럽 폭염 사태 때의 평년(2000, 2001, 2002, 2012) 대비 이상 기온의 정도를 표시한 지도 (2003년 7월 20 – 8월 20일)
(출처: Wikipedia “2003 European heat wave”)

이상 고온 기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03년 유럽에 닥쳤던 폭염(heat waves)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2003년 유럽 전역에 걸쳐 70,000여명이 이상 고온으로 인해 죽었다고 합니다. 폭염은 조용한 살인자입니다.

집중 호우 stronger rainfall events

2017년 미국 역대 최대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운 허리케인 하비(Harvey)로 인해 물에 잠긴 텍사스 남동부 주택가의 모습.
(사진: 2017년 8월 31일 Sgt. Daniel J. Martinez, 출처: 미 국방부)

기온 상승에 따른 아주 단순한 물리적 이유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집중 호우가 뒤따를 것입니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공기는 더 많은 습기를 머금을 수 있습니다. 1℃ 높아질 때마다 70%의 습기를 더 품을 수 있습니다. 더 잦고 강한 집중 호우는 기온 상승의 직접적인 결과입니다.

가뭄과 산불/들불 Drought and Bush fires

2020년 1월 호주 캔버라 주 남쪽의 들불.
(사진: Alex Ellinghausen, 출처: The Sydney Morning Herald의 2020년 2월 1일 기사 “South Coast residents face anxious night as ‘aggressive fire’ hits region”)

지역에 따라서 심각한 수준의 가뭄도 잦아질 것입니다.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의 호주 산불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호주 역사상 가장 덥고 가장 가물었던 여름이었습니다.

해수면 상승 Sea level rise

과거와 미래의 해수면 상승 그래프. 과거 자료 중 해수면 추정 자료는 옅은 자주색으로, 검조기(tide gauge) 자료는 파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앞으로의 전망치는 두 가지로 제시되어 있다. 매우 높은 배출 전망(RCP8.5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붉은색으로 , 매우 낮은 배출 전망(RCP2.6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푸른색으로 전망치를 표시하였다.
[출처: IPCC AR5 Fig. 13. 27. RealClimate 2013년 10월 15일자 기사 “Sea level in the 5th IPCC report”에서 재인용.]

지구 온난화의 물리적, 논리적 결과 중 또 다른 한 가지는 해수면 상승입니다. 우리는 자연적인 기후 변화 때에 얼마나 해수면이 상승하는지 관찰한 바 있습니다. 한 예로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뒤 지구 평균 해수면은 120m 상승하였습니다. 120m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상상해주기 바랍니다. 현재 지구에 남아있는 빙하는 다시금 65m를 상승시킬 수 있는 양입니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 평균 기온이 4℃ 상승하면서 빙하기의 빙하 중 2/3가 녹았습니다. 지금은 마지막 빙하기의 빙하 1/3이 남아있는 것인데 이 중 일부만 녹아도, 특히 남극이나 그린란드의 빙하 일부만 녹아도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1700년경부터 최근까지 약 20cm 가량 해수면이 상승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앞으로의 배출 결과에 따라서 붉은 색 곡선처럼 매우 심하게 해수면이 상승할 수도 있고 파리 협약을 지키는 경우 파란색 곡선처럼 다소 완화된 해수면 상승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파리 협정 (2015년)

2015년 파리 협정 합의
(출처: Carbon Brief의 2015년 12월 12일자 기사 “Analysis: The final Paris climate deal”, )

1992년 이후로 국제 사회는 수십 년간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협상을 해왔습니다. 마침내 2015년 산업화 이전을 기준으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 이하로 막자는 데에 합의를 하였습니다. 나아가 1.5℃ 이하로 막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자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파리 협정이 의미하는 바

독일 maybrit illness 슈테판 람슈토프 출연 영상의 요약 이미지.
“파리 협정이 의미하는 바는 2030년까지는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늦어도 2050년까지는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출처: 유튜브 채널 pikff1)

모든 것을 검토해 보건대 온실기체 순배출 0만이 기후를 안정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물론 100년 전의 수준으로 기온을 낮출 수는 없습니다. 한 번 대기로 배출된 온실기체는 아주 오랫동안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온실기체를 더 이상 실질적으로 배출하지 않아야 더 이상의 급격한 온난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빨리 배출을 0으로 해야 할까요? 지구 기온 상승을 1.5~2℃ 이하로 막자는 파리협정에 따르면 2030년까지 현재의 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축해야 합니다. 이제 불과 10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대담한 과제를 위해서는 빠르게 에너지 시스템을 전환해야 합니다. 협약에 서명한 모든 국가가 그렇게 해야 합니다. 화석연료를 팔아 경제를 유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 같은 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탄소 예산 Emission budget

슈테판 람슈토프 교수가 유럽의회에서 발표한 EU 28개국 탄소 예산 그래프.
(출처: 슈테판 람슈토프 트위터 2019년 11월 21일자 글)

CO2는 꽤 오래 대기 속에서 유지되기 때문에 대기에 축적됩니다. 이에 따라서 우리가 앞으로 추가로 더 배출할 수 있는 CO2의 양은 제한됩니다. 이를 탄소 예산이라고 하는데 온난화 한계치 목표에 따라서 우리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 예산이 정해집니다. 파리협약에 따라서 2℃ 이하로 온도 상승을 막겠다고 하면 전세계 인류가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탄소예산은 720 Gt이고, 1.5℃ 이하로 묶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남은 전세계 탄소예산은 500 Gt에 불과합니다. 기후정의에 어긋나겠지만 지금까지의 배출을 고려하지 않고 전세계 탄소예산을 단순히 인구수대로 나누어서 EU의 몫을 정하는 경우 1.5℃ 이하를 목표로 한다면 2040년까지 EU는 배출 0를 이루어야 하고, 2℃ 이하를 목표로 한다고 하더라도 2050년 이전에 배출 제로를 이루어야 합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블로그와 최근 기후위기에 대해 쓴 책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람슈토프 교수가 알려주는 참고 온라인 자료들]


[람슈토프 교수의 기후위기 강의, 블로그 및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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