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 센터 칼럼

송영길은 왜 핵융합을? -에너지전환은 연료전환이 아니다

최우석 (파시브기술연구소 / 녹색아카데미)

지난 6월 16일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소형 원자력 발전과 핵융합 발전으로 탄소중립을 이루자고 주장을 하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대뜸 비판부터 하기보다 어떤 생각의 흐름 위에 있기에 그러한 주장을 하는지 발상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 부족하나마 부랴부랴 의견을 담은 글을 써보았습니다. 아직 한참 공부가 필요한 생각이지만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핵발전으로 탄소중립을 이루자는 흐름

먼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6월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 중 탄소중립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 탄소중립의 꿈, 핵융합으로 실현합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충을 주요 국정목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남북과 울산에서 각각 10.6기가와트와 6기가와트 규모로 조성 중인 해상풍력 단지가 대표적입니다. ‘RE300’으로 통칭되는 호남 초광역 에너지경제공동체 프로젝트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야심찬 구상입니다. 민주당은 해상풍력과 태양광 발전 뿐만 아니라 다른 재생에너지 기자재 산업 발전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완전한 탄소중립을 이루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상당 기간 수소,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한 에너지 믹스 정책이 불가피합니다. 이 때문에 저는 대통령님과 당 지도부 간의 첫 청와대 회동에서 SMR 등의 분야에서 한미 원자력 산업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건의했습니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해외 원전시장 공동 참여’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작년 12월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혁신형 모듈 원자로, 즉 SMR 개발 계획을 확정했습니다. SMR이 사막이 많은 중동국가나 지형적 한계가 큰 국가들에게 효과적인 에너지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북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산악지대가 많고 송배전망이 부실한 북한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유용한 방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 목표가 달성되는 2050년 이후, 대한민국이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핵융합발전 상용화를 세계적으로 선도하는 것입니다. 그 핵심은 ‘한국형 인공태양 프로젝트’입니다. 
‘한국형 인공태양 프로젝트’는 김영삼 정부 때 구상됐으나 IMF로 무산됐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기인 2001년 사업이 재개됐고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7년 시작 6년 만에 KSTAR가 완공됐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 우리의 핵융합기술은 세계 7개국이 참여하는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핵융합현상이 발생하는 1억℃의 온도를 20초 이상 유지하는 실험에도 성공했습니다. 영국은 이미 2040년 핵융합발전 상용화를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핵융합발전의 상용화 목표를 2050년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태양 기술을 바탕으로 꿈의 에너지 시대를 우리가 선도해야 합니다. 
1903년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는 12초간 비행했습니다. 그로부터 34년 후인 1937년 세계 최초의 제트비행기 엔진이 등장했습니다. 핵융합발전, 불가능하지도 멀리 있는 일도 아닙니다. 앞으로 28년 뒤면 핵융합발전 상용화가 현실이 될 것입니다. 저와 민주당이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당 대표인 제가 직접 탄소중립특위 위원장을 맡아 한국형 인공태양 상용화를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

출처 : 국제뉴스(http://www.gukjenews.com) 2021년 6월 16일자 기사 (밑줄 강조는 최우석)

이러한 여당 대표의 구상에 대해 녹색당정의당 등 진보정당과 기후위기비상행동과 같은 시민단체들은 맹비난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기후위기를 걱정하면서 핵발전을 대안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송영길 대표 뿐이 아닙니다. 가이아 이론으로 유명한 제임스 러브록은 이미 오래 전에 핵발전만이 유일한 기후변화에 대한 해법이라고 글을 발표한 바가 있고, 독점적 기업인에서 뜻높은 자선사업가로 변신한 빌 게이츠가 최근 핵발전을 옹호하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공통된 주장들이 있는 만큼 일련의 사고 흐름이 있다고 보고, 이 사고의 흐름 자체를 이해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전지구적인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온실기체입니다. 인류가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한 결과 땅 속에 묻혀있던 탄소가 아주 빠른 속도로 풀려났고 결국 산업화 이전 시기 지구 평균 280ppm이었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2020년 현재까지 약 410ppm으로 급격히 치솟았습니다. 이 온실기체로 인한 온실효과의 가중이 전지구의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추가적인 탄소 배출을 저지하는 데로 국제 사회의 노력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탄소’를 현재 위기의 원인으로 받아들이고 더 이상 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회수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대차대조표상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자는 것이 ‘탄소중립’이고, 배출된 탄소를 회수하여 땅 속에 다시 집어넣자는 것이 ‘탄소포집’입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하자는 것이 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는 ‘에너지전환’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탄소’는 기후변화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무엇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화석연료는 과거 지구에 떨어졌던 햇빛 중 일부가 탄소화합물의 형태로 생물의 몸을 이루었다가 땅 속에서 고온고압으로 압축 변성된 것입니다. 이 ‘고농축 과거 햇빛’은 오래 전부터 인류에게 알려졌지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 및 시스템이 구축되고야 비로소 지상으로 풀려나왔고, 이 밀도 높은 에너지원은 값싸게 강력한 동력을 제공하여 문명의 시스템 전체를 변화시켰습니다. 에너지원은 그에 맞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구축된 시스템은 새 에너지원을 더 많이 더 빨리 이용하면서 폭발적으로 문명을 성장시켰습니다. ‘탄소’는 이 전체 체계, 즉 화석연료 문명의 결과입니다. 이 화석연료 문명의 핵심은 화석연료 그 자체라기보다는 화석연료로 대표되는 ‘고밀도에너지원’에 기반한 시스템입니다.

정리하자면 기후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탄소’를 원인으로 보는 견해‘고밀도에너지원 문명’을 원인으로 보는 견해 두 가지로 크게 나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너지밀도 (energy density)

Layton, B. (2008). A Comparison of Energy Densities of Prevalent Energy Sources in Units of Joules Per Cubic Meter. Int’l J of Green Energy, 5(6). p.441.

이 논문에서는 통상 단위체적당 에너지, 또는 단위질량당 에너지 단위로 에너지 밀도를 측정하는 화석연료와 단위면적당 일률 단위로 측정하는 태양광, 바람, 수력 등 재생가능에너지원을 함께 비교하기 위해서 단위체적당 에너지 단위로 통일된 에너지원별 밀도 값을 제시하였다. 위의 에너지 밀도 비교 표를 보면 태양광의 에너지밀도는 입방미터당 1.5 마이크로줄인 반면 석유의 에너지밀도는 입방미터당 45 기가줄로서 2경 배 (2 x 10^16)의 차이가 난다.


연료전환을 과제로 삼는 흐름

기후변화의 원인이 ‘탄소’라면 당연히 시스템을 뒤흔들 필요 없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연료로 동력원을 교체하면 됩니다. 물론 쉬운 과제는 아닙니다. 에너지밀도로 볼 때 화석연료처럼 꽉꽉 에너지를 눌러 담은 에너지원이나 에너지 운반체는 흔치 않습니다. 햇빛이나 바람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원의 에너지밀도는 화석연료에 비해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이 에너지원만 가지고 기존의 고밀도에너지원 시스템을 무리없이 돌아가게 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현재의 시스템이 아니고는 지금처럼 발전된 문명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없다고 보는 보수적 기획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원만으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다른 고밀도에너지원을 찾는 것입니다.

자연히 핵에너지를 이용하는 원자력 발전(핵발전 중 핵분열 발전은 이하 원자력 발전이라고 칭하겠습니다)이 대안으로 꼽힙니다. 방사능 문제, 그리고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이 있지만 직접적으로 탄소를 내놓지 않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이 탄소 없는 고밀도에너지원을 이용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우라늄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에 대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인공태양’이라는 핵융합 발전에 기대를 걸게 됩니다. 주장에 따르면 원료인 수소가 무한정하다 할만큼 풍부하고, 방사능도 없고, 폐기물도 없기에 이 시스템을 유지해 줄 그야말로 궁극의 고밀도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상용화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대안으로 제시하기는 힘들었는데 송영길 대표는 과단성을 발휘하였습니다.

수소 역시 이 기존 시스템을 지키고자 하는 기획에서는 눈길이 가는 에너지운반체일 겁니다. 에너지밀도가 화석연료보다도 높기 때문에 수소를 잘 활용하면 고밀도에너지원 시스템의 대체 연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하게 됩니다. 수소는 태양광 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얻은 전기를 저장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지만 여기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은 보통 원자력 발전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는 데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다만 여건이 완비되기 전까지는 수소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확대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있을 뿐입니다.

핵융합 발전이 되었건 수소 시스템이 되었건 이것이 준비되기 전까지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가면서 재생가능에너지원과 원자력 발전을 적절히 섞어 에너지 공급량을 유지하거나 성장시키는 것이 관건입니다. 에너지 공급과 소비를 줄이게 되면 곧바로 경기 후퇴와 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지므로 ‘탄소 없는 성장’을 어떻게든 이루어내야 하는 것이 ‘연료전환’을 꿈꾸는 사람들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일 겁니다.


에너지전환을 과제로 삼는 흐름

흔히 ‘에너지전환’을 화석연료에 기반한 시스템에서 재생가능한에너지원에 기반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핵심을 다 표현한 말도 아닙니다. 우리가 마주 하고 있는 에너지전환의 과제는 화석연료로 대표되는 ‘고밀도에너지원 기반 문명’에서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대표되는 ‘저밀도에너지원 기반 문명’으로 전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시각은 문명이라는 말로 집약될 수 있는 전체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혁신적 기획입니다. 화석연료와 같이 고도로 농축된 에너지원을 대량으로 이용하는 것은 문명사 전체로 보았을 때 아주 특수한 경우임을 인정하고, 당대에 주어지는 햇빛에 기반한 시스템으로 문명 전체를 전환하되 고밀도에너지원 문명 시기에 우리가 성취한 삶의 질과 민주주의, 평등 등 여러 가치를 지켜내자는 문명 전환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태양의 시대로”라는 구호가 말해주듯 일시적인 고밀도에너지원 문명을 다시 저밀도에너지원 문명으로 전환시키되 과거의 문명과 다른 ‘도약된 저밀도에너지원 문명’을 세우자는 비전입니다.


연료전환은 에너지전환이 아니다

에너지전환이란 이처럼 문명사적인 대전환의 과제이자 우리에게 익숙했던 것들 대부분과 결별하는 근본적인 변화인데 최근 들어 정부 부처 문서나 기업 홍보물에까지 너무 예사롭게 쓰여서 당혹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아마도 ‘에너지전환’이라는 말은 함께 쓰되 그 뜻하는 바는 전혀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건대 송영길 대표는 근본적인 에너지전환의 비전에 동의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문제가 있는 연료, 즉 유해물질을 뿜거나, 미세먼지를 일으키거나, 탄소를 배출하는 연료를 그렇지 않은 연료로 바꾸는 ‘연료교체’를 에너지전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판단합니다. 즉, 고밀도에너지원에 맞추어 형성된 에너지원 이용 시스템과 이 위에 형성된 현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고밀도에너지원으로 연료만 교체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송영길 대표가 “탄소중립의 꿈, 핵융합으로 실현합시다”라고 말하는 맥락은 앞에 말한 ‘연료전환’이라는 보수적 기획입니다.

물론 연료전환의 과제조차도 쉬운 과제는 아닙니다. 우리 사회는 가정을 중심으로 볼 때 불과 5~60년 사이 아궁이에 나무를 때서 밥짓고 난방하던 시기로부터 연탄 시대와 석유 시대를 거쳐 도시가스 시대까지 수차례 연료전환을 해온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마다 집집마다 설비가 바뀌고, 가옥 구조가 바뀌고, 연료 공급 체계와 그에 따른 행동 양식이 바뀌는 등 적지 않은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에너지전환의 과제에 비하면 현재의 체제를 고스란히 유지하자는 기획에 다름이 아닙니다. 이러한 보수적인 기획이 과연 대안이 되겠는지를 정당하게 토론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전환 개념을 아무데나 붙여서 개념을 망가뜨리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고밀도에너지원 문명이냐 저밀도에너지원 문명이냐

어물쩍 ‘에너지전환’이라는 말만 수용해서 의미있는 논의 자체를 가로막을 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 사회, 나아가 인류 문명이 기후위기 앞에서 무엇을 성찰하고 어떤 전망을 세울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 합니다. 이 점은 2030년이니, 2050년이니 하는 마감을 설정하지 말고 할 수 있는 한 깊고 넓게 성찰해야 합니다. 현재 국제사회가 합의하고 있는 목표를 설사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인류 문명이 하루 아침에 공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리어 ‘장기비상시대’로 돌입하여 어둡고 고통스런 길에서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탄소배출을 줄여나가는 전사회적인 노력과 병행하여 문명의 전망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해나가야 합니다.

저의 판단으로는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커다란 두 개의 기획은 ‘연료전환’으로 고밀도에너지원 문명을 지속해나가자는 것저밀도에너지원 문명을 향해 ‘에너지전환’을 해나가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연료전환’을 이루면 고밀도에너지원 문명이 지속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이 첫 번째 검토 지점이고, 현재까지 1세계 중심으로 성취한 삶의 질과 민주주의 및 평등의 가치를 심각한 후퇴 없이 전인류가 고르게 누리는 저밀도에너지원 문명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점이 잇따르는 논점일 것입니다.


고밀도에너지원 문명은 온생명 안에서 지속되기 어렵다

이상으로 송영길 대표나 제임스 러브록,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이 왜 원자력 발전이나 핵융합 발전을 유일한 대안이라고 하거나 중요한 대안이라고 생각하는지 개념과 논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의견을 간단히 얹어 보겠습니다.

역사적으로 고밀도에너지원 문명 안에서는 이상 징후가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자동차 연료의 첨가물질인 납 성분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살충제 성분이 생태계 전반에 퍼져나가는 현상과 같이 소위 ‘공해’라 불리던 오염 물질, 유해 물질의 광범위한 확산이 우리가 처음 만난 징후였습니다. 여기에 대해 자동차 연료에 납성분 첨가를 금지한다거나 유독성 물질의 사용을 막는 등의 대처가 있었습니다. 오존층이 파괴되는 현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노력하여 특정 냉매 물질의 사용 금지를 이끌어냈습니다. 이처럼 몇 가지 성공 사례가 없지 않으나 지구 전체적으로 쓰레기와 오염물질의 확산은 그칠 줄을 모르고 그 결과 생태계 파괴, 생물종 다양성 파괴, 여러 약소 국가와 지역의 생존 기반 붕괴와 빈곤, 불평등, 이주 문제 확산 등의 문제가 점차 심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미세먼지의 문제도 이 중 한 가지일 뿐입니다. 핵발전과 대형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 확산과 멜트 다운 사고 우려도 전지구적인 문제가 되어 있고, 지금은 이 모든 문제를 압도하는 문제로 기후위기가 닥쳐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더 근본적인 원인이 낳은 중간 결과, 2차적인 원인이라 생각하는 것이 더 합당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한 고개 넘은 후에 또 다른 고개가 나타나는 일이 왜 반복될까요? 과연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되면(일단 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이 막대한 에너지만 얻어쓸 수 있는 이상적인 시대가 열릴까요? 섭씨 1억도가 넘는 온도를 계속 유지해야 가능하다는 핵융합 발전에 과연 아무런 위험요소와 문제가 없을까요? 어쩌면 여우를 피해 호랑이를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오랫동안 우리 온생명은 태양에서 비롯된 햇빛이 지구 쪽으로 가져다 주는 자유에너지를 복잡다단한 낱생명의 그물이 고루 나누어 이용하면서 지속되어 왔습니다. 햇빛은 지구의 절반 면적에 걸쳐 희박한 밀도로 오지만 지속적으로 넓은 면에 걸쳐 오기에 전체적으로는 막대한 양이 됩니다. 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 온생명은 번성하였습니다. 물론 햇빛의 세기와 자유에너지 양은 시기별로 늘 변해왔지만 이 저밀도의 에너지에 더하여 밀도 높은 별도의 에너지가 전해진 것은 운석의 충돌이나 지구 내부의 에너지가 분출하는 때 이외에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별도의 고밀도 에너지가 가해졌을 때에는 큰 변동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에너지 총량이 급격하게 변화하였으니까요.

이러한 거시적인 시각에서 생각해 본다면 인류가 현재 더하고 있는 고밀도 에너지는 그 양과 속도의 면에서 온생명에 큰 충격이 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탄소가 되었건, 무엇이 되었건 특정한 메커니즘 상의 변동이 일어나 이것이 더 큰 차원의 변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검토해야 할 대상은 ‘탄소’나 ‘탄소를 배출하는 연료’ 그 자체가 아닙니다. 우리가 현재 뿌리를 두고 있는 ‘고밀도에너지원 시스템’이 과연 온생명의 생리, 또는 지구생태계의 밸런스 안에서 지속가능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전망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러한 전망을 갖추지 못한 즉자적인 대응, 즉 탄소가 문제 되면 탄소를 없애고, 미세먼지가 문제 되면 미세먼지를 없애는 식의 비본질적인 대응은 위기를 돌파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송영길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우리의 현 단계를 돌아보는 더 깊은 연구와 논의를 해봐야겠다 다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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