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된 온난화’, 당장 화석연료 사용 중단해도 금세기 말까지 1.3도
기후변화 연구에서는 이미 과거에 방출된 온실기체가 미래의 기온에 미칠 영향을 “약속된 온난화 (committed warming)”라고 부른다. (나의 임의의 번역이다. 한국의 기후변화 학계에서 공인하는 번역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잘 옮긴 것 같지는 않지만 뜻을 밝히는 데에는 충분한 듯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약속된 온난화’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금세기 말까지 지구평균온도 상승분을 파리기후협약의 결의처럼 산업화 시작 시점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막는 것이 아주 어려울 것이라 한다.
막스플랑크 기상학연구소(MPI-M)의 토르스텐 마우리첸과 콜로라도 대학의 로버트 핀쿠스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지구 표면과 해양의 몇 가지 관측값을 고려하면 당장에 화석연료로 인한 온실기체 방출을 0으로 만들어도 과거에 이미 방출된 온실기체가 미래 기온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간 상당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약속된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감안된 요인들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 바다에 흡수되었던 열 :
- 바다는 열용량이 높아 막대한 양의 열을 흡수할 수 있다. 산업화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바다는 흡수한 열의 양이 방출한 것보다 더 많았다. 당장 이산화탄소 방출이 0이 되어도 대기의 이산화탄소량이 수십만년에 걸쳐 서서히 줄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다도 수십만년에 걸쳐 열을 대기로 내어놓을 것이다. 추가 온실기체 방출이 없어도 이 바다에 갇혔던 열이 지구 대기의 온도를 높히게 된다. (a)
- 에어로졸 입자의 감소 :
- 화석연료 연소로 대기에 에어로졸이 늘어났고 이것이 어느 정도 태양에너지를 반사시켜 냉각 효과를 낸다. 하지만 이산화탄소와 달리 에어로졸은 상대적으로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화석연료 연소를 멈추면 에어로졸의 양도 급격히 줄고 이로 인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의 양은 늘어난다. 따라서 온난화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된다. (b)
- 메탄,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등 짧게 존속되는 온실기체 감소 :
- 화석연료 연소 중단으로 온실기체 방출을 멈추면 단기간만 유지되는(10년 이하) 메탄,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같은 온실기체들은 양이 빠르게 줄어 지구기온 냉각에 영향을 준다. (c)
2016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시작 무렵에 비하여 섭씨 0.8도 상승했다. 이 상태에서 2017년 갑자기 모든 화석연료 연소가 중단된다고 가정하게 되면 위와 같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금세기말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평균 1.3도 (0.9~2.3) 상승한다고 이 연구팀은 말한다(d). 당장 모든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어도 파리기후협약의 결의와 같이 금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화 시작 무렵 대비 섭씨 1.5도 이하로 묶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다. 현재와 같은 비율로 15년을 더 방출하게 되면 1.5도를 넘길 위험은 50% 증가한다.
- 대기와 바다 표층수 이산화탄소가 자연적으로 바다 심층으로 갇힘 :
- 자연적으로 대기와 바다 상층부의 이산화탄소가 더 깊은 바다로 묻히는 과정도 있다. 그 양을 정확히 평가하기 아직 어려움이 있지만 기후 모델에 따라서는 이 영향이 중요하다고 보기도 한다.
연구팀은 자연적인 이산화탄소 해양 고정 효과를 반영하면 금세기 말까지 섭씨 1.1도 상승으로 다소 긍정적인 추정도 할 수 있다 말한다(e). 어쨌든 금세기 말까지 1.5도 이하 상승으로 억제하자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가 이미 실현불가능한 것일 위험이 있다는 것이 연구팀이 밝히는 바이다.
- Committed warming inferred from observations (news from SONNENSEITE.com)
- Original publication:
Mauritsen, T. and Pincus, R. (2017), Committed warming inferred from observations, Nature Climate Change, doi: 10.1038/nclimate3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