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브하우스의 초겨울
어느 집이나 그렇겠지만 겨울로 접어들면 집에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붉은 기가 돌면서 아주 보드라와진다. 얼마 전까지는 뜨거워서 피하고만 싶던 햇살이 이젠 따사로와 만지고 싶어지는 때다. 지난 일요일 에너지독립하우스 1호에 들던 아침 햇살이 그랬다. 겨울로 접어들면 동쪽의 나트막한 언덕을 넘어 아침 8시가 좀 넘어서 해가 드는데 2층 창으로 쏟아져 들어온 볕이 주방에 비치는 모양새가 아주 탐스러웠다.
지난 주 중반부터 초겨울 추위가 시작되어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금주에는 더 춥다지만 일요일은 꽤나 춥고 맑았다. 이런 날이 파시브하우스에서는 아주 기분 좋은 날이다. 통상 쨍하니 맑은 날일수록 춥기 마련인데 파시브하우스는 바깥 기온에 심각하게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말간 창으로 햇살이 물밀 듯 들어오면 실내는 아주 훈훈해진다. 해가 잘 드는 파시브하우스라면 11월에는 거의 난방이 필요 없다. 햇볕만으로도 충분한 시절이다.
지난 일요일 11월 19일의 에너지독립하우스 1호와 2호의 실내외 기온 자료는 아래 그림과 같았다.
에너지독립하우스 1호의 실외기온은 오전 7시 50분경에 최저인 -6.6℃ 까지 내려갔고, 2호의 경우는 오전 7시 40분경 -7.7 ℃가 최저였다. 참고로 두 집의 실외기온 측정기는 불과 4~5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1호의 측정기는 두 집 사이의 다소 가려진 공간에 놓인 반면, 2호의 측정기는 넓게 트인 공간을 마주하고 있어서 1~2도 정도 더 낮게 나온다. 1호의 실외기온을 백엽상 같은 환경의 기온이라고 본다면 2호의 기록은 약간은 실제 체감하게 되는 벌판의 기온에 좀 더 가깝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여하튼 이 무렵인 오전 8시 전후로 1호의 1층 실내기온은 21.3 ℃, 2층은 21.5 ℃까지 내려갔다. 2호는 같은 시각 1층 19.1 ℃, 2층 20.2 ℃까지 내려간 것이 최저 기온이었다. 물론 토요일 밤, 일요일 새벽 난방은 하지 않았다. 전날 햇볕이 충분히 들어와서 온기를 많이 품었다면 바깥 기온이 -5 ℃ 미만으로 떨어져도 파시브하우스는 난방 없이 20 ℃ 전후를 유지할 수 있다. 낮에 저장된 온기가 아주 서서히 식으면서 유지가 되고, 밤에 요리하고 생활하면서 생겼던 열도 밤 사이 어느 정도 유지가 되며, 사람 몸과 호흡에서 나오는 열이 아주 작은 난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낮에는 3시 50분 전후로 1호의 실외기온 측정기에서 3.9 ℃까지 올라갔고, 2호의 측정기에서 비슷한 시각 3.5 ℃까지 올라간 게 최고일 정도로 쌀쌀한 바깥 날씨였다. 하지만 바깥의 찬 공기에 열기를 쉽게 빼앗기지 않고, 햇볕은 잘 받아들이게 지어진 파시브하우스이기 때문에 낮의 실내기온은 햇볕만으로 1호의 경우 1층 26.1 ℃, 2층 27.2 ℃까지 올라갔고, 2호는 1층 22.4 ℃, 2층 24.8 ℃까지 올랐다.
19일 일요일 하루를 놓고 보면 바깥 기온이 대략 -7 ℃에서 3~4 ℃ 사이를 오르내리는 사이에 실내기온은 21 ℃에서 26~27 ℃ 사이에서(1호), 또는 19 ℃에서 23~24 ℃ 사이에서(2호) 유지되었다.
이렇게 파시브하우스의 초겨울은 난방 없이 실내 기온 20 ℃ 이상이 유지되는 시기이다. 맑은 날에는 햇살이 많아 실내가 아주 훈훈해질 정도로 따뜻하고, 흐린 날에도 아직 실외 기온이 크게 낮지 않기 때문에 20 ℃ 밑으로는 여간해서 잘 내려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