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에너지 효율 지표] 살펴보기 (2) – 한국
이제 한국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IEA의 <에너지 효율 지표 2020> 웹페이지에서는 국가별 상황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28개 IEA 가입국과 최근 자료를 제출하고 있는 9개 국가 각각에 대한 분석 그래프는 PDF 문서로 제공되는 <에너지 효율 지표 2019 하이라이트>에 실려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 문서의 한국 분석 그래프는 2016년 기준으로 되어 있어 일부 데이터만 발췌하여 표로 제공하는 최근 자료(Free extract of Energy Efficiency Data Service)를 그래프로 가공하여 살펴보았습니다.
분야별 최종에너지 소비, CO2 배출 비중
IEA <에너지 효율 지표 2020>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엑셀 데이터 발췌 자료를 가공하면 2018년 한국의 분야별 최종에너지 소비 비중과 CO2 배출 비중은 위의 두 개 그래프와 같이 정리됩니다.[1]
최종에너지 소비에 있어서나 이산화탄소 배출에 있어서나 제조 분야가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앞서 지적했듯이 제조 분야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에너지전환과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수준 달성에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그러하듯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절반 감축을 단기 목표로 하고, 2050년까지 배출 없는 수준 달성을 장기 목표로 한다면 주거와 서비스 쪽은 단기 집중 과제로, 운송 분야는 중기 집중 과제, 제조 분야는 장기 집중 과제로 놓고 당장부터 각각의 트랙을 가동해야 목표로 하는 시점에 성과를 이룰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흥미로운 점 한 가지는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네 번째 비중이었던 서비스 분야가 이산화탄소 배출[2]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정확한 것은 확인을 해보아야겠지만 아마도 서비스 분야가 전기에너지를 다른 분야보다 많이 쓰는 까닭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종에너지의 단위에너지당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것이 화석연료 변환 전기에너지이기 때문입니다.
화석연료를 변환하여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기존 에너지 시스템에서는 전기에너지는 가급적 덜 쓰는 것이 현명합니다. 한국의 경우 전기에너지 형태의 최종에너지 1kWh는 화석연료 1차에너지 2.75kWh를 태워야 얻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전환의 길목에서 전기화(electrification)는 필수적인 과제가 되기도 합니다. 재생가능에너지원에서 얻게 되는 에너지 태반이 전기에너지이기도 하고, 미세한 통제가 가능한 전기에너지야말로 에너지 효율을 큰 폭으로 높이는 데 적합한 에너지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화석연료 기반으로 강력하게 구조화되어 있는 운송과 제조 분야보다 전기에너지 소비가 많은 서비스 분야가 조기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에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부문별 최종에너지 소비 비중
부문별로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3]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2018년 기준으로 금속(철+비철) 제조 19%, 승용차(자가용, SUV, 개인용 트럭 등) 12%, 주거 난방 7% , 화학 제조 6%, 도로 화물 운송 6% 순입니다.
제조 분야를 장기 과제로 생각한다면 중단기 안에 획기적으로 소비와 배출을 줄여야 하는 부분은 단연 승용차와 주거 난방 부문입니다. 그 밖에도 도로화물운송 부문과 서비스 난방(5%), 주거 급탕(5%) 역시 과제인 동시에 가능성으로 눈에 들어 옵니다.
주거 분야
주거 분야에서는 주거 난방 42%, 주거 급탕 29%, 주거 가전 19% 순으로 비중이 큽니다. 이 세 부문 소비가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7%, 5%, 3%로서 결코 작지 않은 만큼 이 세 부분에 대해서 비상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거 가전 부문은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소비량을 줄이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이 부문이야말로 효율을 높일수록 도리어 소비가 늘어나는 “제본스(Jevons)의 역설” 효과가 여실한 부문입니다. 지금까지 주거 가전의 에너지 효율 향상은 눈이 부실 정도이지만 그 이상으로 더 많은 종류와 갯수의 가전기구를 보유하여 에너지 소비량은 늘어만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떻게 제본스의 역설을 넘어설지 소유와 소비에 대한 본질적 차원의 모색이 필요한 부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면 주거 난방과 주거 급탕 부문에 대한 접근은 일종의 기술 운동의 성격을 갖습니다. 열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이 영역에서 소비 자체를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난방과 급탕에 필요한 열에너지는 삶의 질과 직결되는 기본적인 에너지 요구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이 때 삶의 질을 유지하고자 기존 관행 기술 하에 열에너지 공급으로 질을 유지하는 공급 우선의 기술적 선택(액티브 기술 중심의 해법)을 할 수도 있고, 파시브 기술의 전면적 도입으로 에너지 효율을 대폭 높여 에너지 양은 줄이면서 요구는 만족시키는 효율 우선의 기술적 선택(파시브 기술 중심의 해법)을 할 수가 있습니다. 나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어떤 기술을 채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해결을 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거 급탕 부문은 이미 한국의 목욕 문화가 샤워 중심으로 바뀐만큼 열회수배수장치를 도입하면 비교적 단시간에 복잡할 것 없는 기술 및 시공으로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욕실 바닥과 벽을 깨고 배관을 새로 해야 하기 때문에 한 가정으로서는 부담이 가볍지 않습니다. 때문에 어떤 기술을 채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개인적 결단과 동시에 공동체에 복무하는 개인의 선택을 북돋는 사회적 보상 체계 모두를 필요로 합니다.
주거 난방은 급탕보다 더 까다롭습니다. 효과는 확실합니다. 파시브기술을 건축물의 외피에 전면적으로 도입하면 신축 건물은 보통 건물이 쓰는 난방에너지의 10% 이하만 가지고도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 수 있고, 기존 건축물은 고쳐서 그에 가까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에 필요한 파시브기술은 세계적인 차원에서 충분하게 발전되어 있지만 한국에는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못합니다. 또한 전문 자재들도 국내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수준 낮은 의무 부과 중심의 정책이 시장을 발전시키지 못하다 보니 앞서 가는 소비자와 공급자가 모두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늉하는 사람이 이익을 보고 시키지 않아도 먼저 선한 기술에 돈을 쓰는 사람이 벌을 받는 상황을 뒤집어야 돌파구가 열릴 거라 생각합니다.
IEA <에너지 효율 지표>에서는 에너지 집약도(energy intensity)와 탄소 집약도(carbon intensity) 지표도 부문별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거 분야 에너지 집약도를 보면 일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2000년을 100으로 볼 때 2018년 120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인당 탄소 배출량은 100에서 129까지 상승했습니다. 가구당 소비 및 배출은 줄었는데 이것은 가구 구성원 수가 준 탓으로 판단됩니다. 부문별로 보면 난방 부문의 일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다소간 줄었지만 조명과 가전은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조명 기구의 에너지 효율은 그 사이 LED등의 도입과 백열전구 퇴출로 엄청나게 좋아졌지만 그보다 훨씬 많이 불을 밝혀서 2000년 대비 2018년 2.5배나 에너지 소비량이 늘었습니다. 가전 역시 2000년 100 대비 168까지 증가했습니다.
무료 공개 자료의 한계 때문에 위 그래프에는 급탕과 조리, 냉방 등의 동향은 담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PDF 문서로 제공되는 <에너지 효율 지표 2019 하이라이트>에는 이에 대한 2016년 그래프가 있습니다. 가구당 급탕 에너지 집약도는 높아지고, 조리 에너지 집약도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납니다. 줄어드는 가구 구성원 수를 생각하면 조리 에너지 집약도는 1~2인 가구 증가 추세와 외식 증가 경향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주거 급탕 부문은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샤워를 하는 등 일인당 온수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단위 면적당 난방에너지 집약도도 낮아진다고 보고되는데 이에 비해 난방에너지 소비량이 크게 줄지 않은 것은 일인당 주거 면적이 커지고 있는 점을 말해줍니다.
서비스 분야
서비스 분야는 난방 뿐만 아니라 냉방과 조명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지금까지 집에서는 냉방을 최소하려 하는 반면 상업시설과 업무시설에서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경향으로 보건대 곧 주거 분야의 냉방에너지 소비 역시 서비스 분야의 경향을 따라올 거라 생각합니다.
난방과 냉방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파시브기술의 도입으로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높여야 합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상업시설이나 업무공간에서는 절약되는 에너지비용으로 투자를 회수하는 기간이 주거 분야에 비해 훨씬 빠릅니다. 사용하는 바닥 면적 대비 투자가 필요한 건물의 외피 면적이 작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성능 향상을 위해 가정집 한 채에 들어가는 비용과 상업용 건물 한 채에 들어가는 비용을 사용 면적으로 나누어보면 가정집에 들어가는 단위면적당 비용이 훨씬 큽니다. 따라서 에너지 보조금을 없애고 탄소세를 도입하며 비용을 현실화하는 등의 에너지 비용 합리화 정책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현재의 국토교통부가 시행하고 있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정책과 같이 시늉만 하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엉터리 정책의 폐기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단위 부가가치당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비교하는 서비스 분야의 에너지 및 탄소 집약도는 많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부문별 자료는 볼 수가 없어서 상세한 사항은 살펴볼 수가 없어 아쉽네요.
제조 분야
한국의 제조 분야는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크고 에너지 사용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금속과 화학 등 에너지 소비량이 큰 산업이 몫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부가가치당 에너지 사용량 및 탄소 배출량을 비교하는 에너지 및 탄소 집약도 그래프를 보면 제조 분야 전체의 집약도는 그동안 많이 낮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금속 부문 만큼은 도리어 에너지 집약도 및 탄소 집약도가 나빠졌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에서는 금속 부문이 가장 큰 장벽이 될 듯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에너지 소비를 선도하는 1위 금속 부문(48%)의 부가가치 비중이 2016년을 기준으로 4위 8%에 불과하고, 소비와 배출 3위 기계 부문(13%)의 부가가치 비중이 49%나 된다는 점입니다. 위의 에너지 및 탄소 집약도 그래프에는 공개된 자료 미비로 기계 부문의 집약도는 싣지 못하였지만 아래의 그래프를 참조한다면 아마도 가장 낮은 수준을 그리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제철 등의 금속 산업은 제조 분야의 중핵을 이루는 산업이지만 현재와 같이 부가가치가 낮고 에너지소비는 큰 구조에서는 기후위기 시대 제일 크게 타격을 입을까 걱정입니다.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가 될 우려도 있고요. 이 부문에 올 타격을 미리 대비하지 않는다면 한국경제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운송 분야
한국의 운송 분야는 도로 부문의 에너지 소비가 압도적입니다. 9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소비량이 상승하고 있고, 한편에서는 효율도 나빠지고 있습니다. 한 사람-단위거리당, 차량-단위거리당 에너지 소비량이 모두 증가하고 있습니다. 차량은 커지고 차량당 승객 점유율은 낮아지고 있는 경향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도로화물운송의 톤-단위거리당 에너지 집약도만 좋아지고 있는데 이것은 대형 화물차량 중심의 화물운송 때문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승용차 부문이 우선적인 과제인데 재생가능전기 중심으로 시스템을 전환하는 과제와 함께 소비 문화를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난제라 생각됩니다.
이상으로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IEA의 <에너지 효율 지표 2020>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며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좀 해보았습니다. 전문가도 아닌데 이런 자료 읽기를 시도해본 것은 기후위기를 염려하는 시민들이 현재의 상황과 과제, 그리고 해법을 얻기 위한 공부를 전문가에 기대지 않고 틈나는 대로 해나가야 우리 자신과 전문가 영역의 생각의 결도 바꾸어낼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의미 있는 자료들을 접하면서 중요한 사실과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종종 공유하겠습니다.
녹색아카데미 최우석 (파시브기술연구소)
[주석]
[1] IEA의 <에너지 효율 지표> 데이터베이스에서 분야별로 제공하는 최종에너지 소비량과 CO2 배출량 총합은 <세계 에너지 밸런스>나 <연료 연소별 CO2 배출량> 데이터베이스에서 제공하는 값과 적지 않게 차이가 납니다. IEA에서 제공하는 <에너지 효율 지표> 해설문(IEA Energy efficiency indicators June 2020 Edition Database Documentation)에는 이에 대한 설명이 실려있습니다.
중요한 사항만 꼽아본다면 <에너지 효율 지표>에는 석유, 석탄 등 에너지자원의 비에너지 사용량은 제외되고, 군사 부문의 에너지 사용량도 배제된다고 합니다. 또 에너지원별 사용량 자료를 최종에너지 사용 부문별 사용량으로 세분하여 분류·변환하는 과정에서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고, 그 밖에 데이터베이스별로 다른 접근 방식이나 개별 국가의 자료 제공처 문제 때문에도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은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IEA에 자료를 제출한다고 하는데 2018년의 경우 IEA 데이터베이스 간에 아래와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 한국 전체 최종에너지 소비량 (2018)
- <에너지 효율 지표 2020> 분야별 소비량 합산치 : 6019.17 PJ
- <세계 에너지 밸런스 2020> : 7628.92 PJ (182,205 ktoe)
- 한국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2018)
- <에너지 효율 지표 2020> 분야별 배출량 합산치 : 578.43 MtCO2
- <IEA 데이터 서비스> : 586.16 MtCO2
- <연료 연소별 CO2 배출량> : 605.8 MtCO2
여러가지 이유들로 인해 IEA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들 간에는 수치 차이가 납니다. 또한 각국의 분야 및 부문 통계 집계 방식의 한계와 어떻게도 엄밀하게 구분하여 집계할 수 없는 원천적인 한계들도 있어 분야별, 부문별 최종에너지 소비량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자료는 정확할 수 없는 근사치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 본문으로)
[2] IEA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계산 방식은 각 부문의 최종에너지 소비량에 에너지원별 이산화탄소 배출 환산 방식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 본문으로)
[3] 부문별 최종에너지 소비량에 대한 집계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는 많은 검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선 이것이 굉장히 어려운 과제라는 것부터 인식해야 합니다. 연료별로는 직접적인 소비량 파악이 가능하겠고, 전기에너지나 도시가스 등과 같이 시스템을 갖추고 소비량에 과금을 하는 에너지들은 계측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공급된 전기가 난방에 쓰였는지, 급탕에 쓰였는지, 조리에 쓰였는지 직접적으로 파악할 길은 현재 없습니다. 난방과 급탕을 하나의 보일러로 다 공급하는 경우에도 여기에 소비된 가스를 부문별로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정확한 것은 자료 제출 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을 통해서 확인해보아야겠지만 아마도 연료별 사용량을 표본 연구를 통해서 얻은 각 분야의 부문별 비율로 나누는 게 아닌가 짐작됩니다. 따라서 IEA 부문별 최종에너지 소비량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값 및 비중은 추세를 이해하기 위한 대략의 추정값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