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에너지 효율 지표] 살펴보기 (1) – IEA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이하 IEA)의 뉴스레터는 2020년 11월 19일 IEA에서 새로운 반응형 데이터 서비스인 <에너지와 탄소 추적기(Energy and carbon tracker)>를 제공한다는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에너지와 탄소 추적기>는 IEA의 <세계 에너지 밸런스(World energy balances)>, <연료 연소별 CO2 배출량(CO2 emissions from fuel combustion)>, <에너지 효율 지표(Energy efficiency indicators)>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국가 수준에서 CO2 배출량, 에너지 소비, 전력 소비 등의 패턴을 분석할 수 있게 돕는다고 합니다. 얼추 살펴보건대 <에너지와 탄소 추적기>는 2020년 7월에 발표된 위의 세 가지 데이터베이스의 자료들을 조금 더 이용하기 편하게 가공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로 보입니다. 유료 버전은 아주 상세한 데이터 전체를 다양하게 재정렬할 수 있다고 하고, 무료로 공개된 자료들만으로도 중요 지표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실천을 모색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중 <에너지 효율 지표>에서 보여주는 바에 가장 관심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에너지와 탄소 추적기> 소식을 접한 김에 매해 두 번 업데이트된다는 <에너지 효율 지표 2020>의 6월판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1] 이번 편에서는 IEA 가입국 중 16개 국가[2]의 자료를 합산해 분석한 IEA 가입국 동향을 정리해 보고, 다음 편에서는 한국의 상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Energy Efficiency Indicators 2020 – Statistics report – June 2020
- Energy Efficiency Indicators Highlights (2019 edition) – PDF
<에너지 효율 지표 2020>은 각국이 제출한 2000년부터 2018년까지의 최종에너지[3] 소비량 자료와 최종에너지 효율 지표, 그리고 주거, 서비스, 산업, 운송 등 4개의 분야별 탄소집약도(carbon intensity) 지표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2020년판에는 최초로 최종 사용 단계의 탄소 배출량 자료가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최종 에너지 사용량의 분야별 비중
우선 IEA 가입국 전체 및 각각의 나라가 분야(sectors)와 부문(subsectors)별로 얼마나 많은 최종에너지를 썼고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가 인상적입니다. IEA 가입국 전체와 한국의 분야·부문별 최종에너지 사용량 그래프를 비교해보았습니다.
이 두 그래프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상황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고약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조, 운송, 주거, 서비스 네 개의 분야 중에서 사람들의 의식적인 노력이 가장 결실을 맺기 어려운 분야는 제조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조 분야의 생산 시스템은 매우 강력하게 구조화되어 있어 큰 투자로 구조를 바꾸기 전에는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줄여보려는 작은 시도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래프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여타의 나라들에 비해 제조 분야 비중이 월등히 큽니다. 물론 최종 사용 단계를 제조와 주거, 서비스 등으로 나누는 경우에는 사무실과 공장, 매장 등 비주거용 건물 안에서 사용하는 건물 에너지 소비량을 제조와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잡아버리므로 제조 분야의 에너지 소비량이 과다하게 잡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한국의 제조 분야 비중이 크고 이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이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IEA 2017 | 한국 2017 | |
제조 | 25.2 % | 45.0 % |
운송 | 38.2 % | 23.7 % |
주거 | 21.4 % | 16.1 % |
서비스 | 15.2 % | 15.2 % |
부문별로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한국의 제조 분야에서는 금속과 기계, 화학 분야의 비중이 크고, 운송 분야에서는 승용차(passenger cars) 부문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주거 분야에서는 난방, 급탕, 조명 및 가전의 순으로 비중이 엇비슷해 보입니다.
역시 제조 분야에서의 변화는 아주 어려운 과제가 될 거라 예상해볼 수 있겠습니다. 제철 산업을 포함하는 금속 부문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형 제조업으로서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 감축은 매우 힘든 과제입니다. 운송 분야 역시 변화가 쉽지 않지만 승용차의 비중이 큰 것이 문제이자 가능성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류 운송보다는 여객 운송이 더 유연할 수 있고, 또한 야심차게 도로를 태양광 발전소로 바꾸어 나간다면 재생가능전기로 에너지원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도 크기 때문입니다. 주거 분야에서는 가전 제품 효율화와 열회수배수장치의 도입으로 가전 부문과 급탕 부문의 에너지 소비량을 비교적 손쉽고 빠르게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가전 제품의 수량과 이용 빈도가 빠르게 늘어나면 효율화의 효과가 모두 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난방에너지 소비량 또한 파시브하우스 도입으로 대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여지가 큽니다. 한국 상황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생각해보겠습니다.
최대 에너지 사용 및 탄소 배출 부문들
IEA 16개국의 분야별 최종에너지 사용량 비중은 운송 분야 36%, 제조 분야 23%, 주거 분야 20% 순입니다. 부문으로 들어가면 승용차 부문(21%)이 단연 1위입니다(그림 4). 승용차(20%)와 도로화물운송 부문(10%)을 합치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그림 5). 10년 안에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승용차 부문에 대한 비상한 대책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탄소 배출량 3위가 주거 난방(7%), 8위가 서비스 난방(3%), 9위가 주거 급탕(3%)이라는 점도 눈에 띕니다. 기타 부문에 묻혀 있을 서비스 급탕, 제조 난방 등까지 고려한다면 건축물 안의 난방과 급탕에서 비롯되는 탄소 배출량이 도로 운송 부문의 그것에 못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IEA 자료에서는 이 점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추후 다른 자료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주거 분야
주거 난방은 IEA 16개국 주거 분야 에너지 소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유럽 나라들은 비중이 더 크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나라들은 비중이 꽤 낮습니다. 가전기구와 급탕이 차지하는 비중도 큽니다. 이 3개 부문의 비중이 87% 가량 됩니다. 따라서 이 부문에 노력이 집중되어야 합니다. 특히 기술적으로는 가장 간단하고도 손쉬운 대책이 있지만 지금까지 거의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던 급탕 부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온수의 양과 질 자체는 낮추기 어렵지만 열회수 기술을 통해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양은 굉장히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일전에도 열회수배수기술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었지만 조만간 새로운 정보들을 찾아 정리해보겠습니다.
난방 에너지의 효율은 단위면적당 난방에너지 소비량 지표를 통해서 알 수가 있습니다. 2000년과 2017년을 비교한 국가별 단위 면적당 난방에너지 소비량 그래프를 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너지전환을 위해 일찍부터 노력을 기울여 왔던 독일과 영국에서는 30%가 넘는 향상이 있었고, 한국도 비교적 나쁘지 않을 정도의 개선이 있었군요. 하지만 현재의 발전된 파시브하우스 기술에 비추어 본다면 더 큰 폭의 향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산업과 서비스 분야
IEA 16개국의 제조 분야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부문은 금속(26%), 화학(23%), 제지와 인쇄(13%), 식품과 담배(10%) 순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부가가치면에서는 기계(34%), 운송장비(15%), 화학(13%) 순서라는 것입니다. 금속 부문은 에너지는 많이 소비하지만 부가가치면에서 크게 뒤지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금속 부문이 최대인 한국은 고민이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산업 부문별 에너지 집약도는 단위 부가가치당 에너지 소비량으로 나타낼 수가 있습니다. 미화 1달러의 부가가치당 요구되는 에너지량을 비교해 보면 금속과 제지 및 인쇄, 비금속 부문이 단연 높고 기계와 서비스는 매우 낮습니다. 앞의 산업 중심의 구조를 가진 나라가 기후위기 대응에 불리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금속과 화학 산업의 비중이 큰 한국은 제조 분야 전체의 에너지 집약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우려했는데 막상 IEA 자료의 결과는 비교적 양호한 수준입니다. 2000년에 비해 2017년 현재는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물론 농업이나 임업 등의 1차 산업 중심 나라들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제조나 서비스 비중이 큰 나라들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운송 분야
IEA 16개국의 운송 분야에서는 도로 운송이 8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부문별로는 승용차가 59%, 도로화물운송이 27%, 국내항공운송이 8%(국제항공운송은 집계에서 제외) 순으로 비중이 높습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철도나 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 가량으로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여객 분야 에너지 효율은 한 사람-단위거리당 에너지 소비량으로 판단할 수가 있습니다. 이를 여객 운송의 에너지 집약도라고 합니다. <그림 14>는 나라별로 여객 운송의 에너지 집약도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2000년에 비해 꽤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에너지 집약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높은 승용차 이용 빈도, SUV와 같은 대형 승용차량의 과다 비중, 그리고 잦은 국내 항공 이용 등의 복합적인 결과라고 IEA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집약도는 여느 나라와 달리 2000년도에 비해 개선되지 않고 도리어 악화되었는데 이 역시 미국과 비슷한 이유라 짐작됩니다.
여객 운송의 에너지 집약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철도 이용을 늘리고 항공 이용을 줄이는 한편, SUV 등 대형 차량을 선호하는 문화도 바꾸어야 하겠습니다. 또 기술 혁신을 통해서 많은 나라에서 집약도가 낮아졌지만 1인 승차 승용차가 느는 등 차량당 승객 점유율이 낮아지는 현상이 집약도를 다시 올리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의 분담율을 높이는 등의 노력 역시 중요합니다.
전 분야 에너지 효율성 동향
그간 분야를 막론하고 에너지 효율이 향상되어 왔습니다. IEA는 가입국 전체로 볼 때 그간의 에너지 효율 향상이 없었다면 2018년 현재 20% 가량의 최종에너지를 더 소비했을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인 덕분에 인도가 한 해 동안 사용하는 만큼의 최종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효율성 향상은 비용 절감으로도 귀결됩니다. IEA는 가입국 전체가 에너지 효율성 향상 덕분에 15% 이상의, 달리 표현해 미화 6천억 달러의 추가 에너지 비용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서는 산업과 서비스 분야의 비용 절감액이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효율 향상의 결과는 활동의 증대와 구조적 요인들 때문에 크게 상쇄되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 물류의 확대,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 등이 각 부문의 에너지 소비량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에너지 소비량을 키우는 구조적인 요인들도 많습니다. 건물 소요 면적의 증가, 보유 가전 제품 증가, SUV와 같이 크고 효율 낮은 차량 소유 증가, 차량당 승객 점유율 축소 등이 에너지 소비량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에너지 효율 향상에도 불구하고 실제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에너지 효율 개선이 오히려 에너지 소비를 더 유발한다는 “제본스(Jevons)의 역설”은 에너지 효율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는데 <그림 17>은 그러한 점을 재확인해주고 있습니다.
이상 IEA의 가입국 일반의 동향에 대한 보고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한국의 경우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석]
[1] 홈페이지 올라 있는 <에너지 효율 지표 2020> 2020년 6월판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제공되고 있는 <에너지 효율 지표 2019 하이라이트>는 일부 업데이트된 데이터를 빼면 동일한 내용입니다. (→ 본문으로)
[2] 분야별 에너지 사용량 및 비중과 에너지 효율 동향 분석은 분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한 다음의 16개 국가를 대상으로 했다고 합니다. 호주, 벨기에, 캐나다, 체코, 핀란드, 프랑스, 독일, 헝가리, 이탈리아, 일본, 한국, 룩셈부르크, 뉴질랜드, 스페인, 영국, 미국. 이 16개국의 2017년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IEA 가입국 전체의 86%에 해당합니다. (→ 본문으로)
[3] 최종에너지(final energy)는 에너지 사용처로 공급된 에너지를 말합니다. 화석연료 전기에너지와 같이 화석연료 안의 화학적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한 뒤 이를 다시 운동에너지로 변환하여 최종적으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경우 전기에너지 생산에 투입된 화석연료를 1차에너지(primary energy)라 하고 변환의 최종 형태인 전기에너지를 최종에너지라 합니다. 이 변환 과정에서 1차에너지의 대략 3~40%만이 전기에너지로 변환되고 나머지는 열에너지로 손실되기 때문에 최종에너지의 사용량을 실제 투입된 1차에너지로 환산하기 위해서는 국가별 1차에너지 환산계수(primary energy factor)를 반영해야 합니다. 한국의 전기에너지에 대한 1차에너지 환산계수는 2.75입니다. (→ 본문으로)